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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뒤에 숨겨진 진지한 시작의 이야기

by 양파 까는 양파쿵야 2026. 1. 8.

오늘은 즐거운 축제인데 사실은 기도에서 시작된 날들, 즐거움 뒤에 숨겨진 진지한 시작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움 뒤에 숨겨진 진지한 시작의 이야기
즐거움 뒤에 숨겨진 진지한 시작의 이야기

 

우리는 축제를 떠올릴 때 먼저 색과 소리를 생각합니다. 음악, 춤, 불꽃놀이, 웃음.

축제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의 많은 축제는 처음부터 즐겁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어떤 축제는 비를 빌기 위해, 어떤 축제는 죽은 이를 기억하기 위해, 또 어떤 축제는 재앙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도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축제는 밝은 얼굴을 갖게 되었지만, 그 밑바닥에는 여전히 진지한 감정이 흐르고 있습니다.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시작된 축제

멕시코의 망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은 오늘날 가장 화려한 축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해골 분장, 화려한 색감, 퍼레이드까지. 겉으로 보면 죽음을 축하하는 날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축제의 시작은 결코 가볍지 않다. 망자의 날은 죽은 가족과 친구를 기억하고, 그들의 영혼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고 믿는 날이다.

이 축제의 핵심은 거리의 퍼레이드가 아니라 집 안에 차려지는 제단이다. 제단 위에는 죽은 사람이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과 사진, 촛불이 놓인다. 가족들은 이 앞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낸다. 웃음과 음악이 있는 동시에, 개인의 기억과 상실이 공존한다. 축제가 아무리 화려해져도, 이 날의 본질은 여전히 ‘기억하는 행위’에 있다.

 

일본의 오본(お盆) 역시 비슷하다. 여름에 열리는 이 행사는 조상의 영혼을 맞이하고 다시 보내는 불교적 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지역에 따라 축제 분위기가 강해졌지만, 많은 가정에서는 여전히 조용히 제사를 지내고 조상의 이름을 부른다. 춤과 불빛 뒤에는, 죽은 이를 잊지 않으려는 간절함이 자리 잡고 있다.

재앙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기도

스페인의 라스 파야스(Las Fallas)는 거대한 인형을 불태우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불길 속에서 인형이 무너지는 모습은 강렬하고, 관광객에게는 하나의 장관이다. 하지만 이 축제의 기원은 훨씬 현실적이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기 전, 목수들이 쓰던 나무 조각을 태우며 한 해의 불운과 액운을 없애고자 했던 의식에서 시작되었다.

불은 파괴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정화의 상징이다. 라스 파야스에서 불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나쁜 것은 여기서 끝내자”는 집단적인 바람을 담고 있다. 그래서 불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단순한 흥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안에는 불안을 태워 없애고 싶은 마음이 섞여 있다.

 

인도의 홀리(Holi) 축제 역시 색을 뿌리며 노는 즐거운 행사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시작에는 악을 물리치고 선의 승리를 기원하는 종교적 의미가 담겨 있다. 홀리 전날 밤에 불을 피우는 의식은 악을 상징하는 존재를 태워 없앤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 다음 날에야 비로소 색을 뿌리며 자유롭게 어울린다. 축제의 흥겨움은 기도 이후에 허락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진지함’

많은 축제는 시간이 지나며 상업화되고, 관광 자원이 되었다. 하지만 기원과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는다. 태국의 로이크라통(Loi Krathong) 축제는 강에 등을 띄우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하다. 사람들은 소원을 빌며 작은 배를 물에 띄운다. 이 장면은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원래는 물의 신에게 감사를 전하고, 한 해 동안의 잘못을 씻어내기 위한 의식이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등을 띄우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소원을 빌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사과를 하고, 어떤 이는 다짐을 한다. 축제의 형식은 변했지만, 사람의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고 싶어 하고,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기도하고 싶어 한다.

이처럼 축제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가 불안과 상실, 두려움을 다루는 방식이다. 즐거운 겉모습은 시간이 만들어낸 외피일 뿐, 그 안에는 여전히 진지한 질문이 있다. “우리는 어떻게 이 시간을 견뎌왔는가”, “앞으로도 괜찮을 것인가”.

 

축제의 기원을 알고 나면, 그 풍경이 다르게 보인입니다. 웃음소리 사이에서 조용한 기도를 떠올리게 되고, 불꽃놀이 속에서 누군가의 간절함을 상상하게 됩니다. 축제는 현실을 잠시 잊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축제는 아무리 밝아 보여도, 묘하게 진지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진지함 때문에 축제는 수백 년 동안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왔습니다. 즐거움은 변해도, 기도와 추모의 마음은 형태를 바꿔 계속 남습니다. 축제란 결국, 인간이 살아가며 반복해온 가장 오래된 대답 중 하나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