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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날짜가 달라지는 축제들

by 양파 까는 양파쿵야 2026. 1. 13.

인간의 달력과 자연의 시간이 어긋날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매년 날짜가 달라지는 축제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매년 같은 시기에 열리는 축제는 기억하기 쉽습니다. 벚꽃 축제는 봄, 크리스마스는 12월, 국경일은 늘 같은 날짜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는 유독 “언제 열리는지 항상 다시 확인해야 하는 축제들”이 있습니다. 작년에는 4월이었는데 올해는 3월, 어떤 해에는 여름이었는데 다음 해에는 가을 초입으로 밀려 있습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왜 이렇게 헷갈리게 날짜를 정했을까? 그러나 이 질문은 사실 반대입니다. 이 축제들은 날짜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인간이 만든 달력에 맞추지 않았을 뿐이라는걸요.

매년 날짜가 달라지는 축제들
매년 날짜가 달라지는 축제들

달력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 축제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달력은 태양을 기준으로 한 그레고리력이다. 1년은 365일, 4년에 한 번 윤년을 두어 오차를 조정한다. 행정과 산업, 학교와 회사 모두 이 달력 위에서 움직인다. 그러나 인류가 항상 이 달력으로 시간을 살아온 것은 아니다. 많은 문화권에서 시간은 달의 움직임, 별의 위치, 계절의 변화로 측정되었다.

이슬람권의 라마단은 대표적인 예다. 라마단은 달의 주기를 기준으로 한 이슬람력에 따라 시작된다. 그래서 매년 약 10~11일씩 앞당겨진다. 어떤 해에는 한여름에, 또 어떤 해에는 한겨울에 라마단이 찾아온다. 단식의 고됨이 매년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라마단은 편의보다 신의 질서를 우선시한 시간 체계 위에 놓여 있다.

유대교의 유월절(Pesach) 역시 달력과 태양의 절충 속에서 날짜가 변한다. 히브리력은 기본적으로 태음력이지만, 계절과 어긋나지 않도록 윤달을 삽입한다. 이 과정에서 매년 그레고리력 기준 날짜는 달라진다. 축제의 기준은 달력의 고정성이 아니라, 전통이 유지되는 정확한 리듬이다.

하늘과 자연이 신호를 보내는 순간

어떤 축제는 아예 숫자로 된 날짜를 갖지 않는다. 대신 자연이 신호를 보낸다. 인도의 홀리(Holi)는 봄을 알리는 보름달을 기준으로 열린다. 일본의 일부 농경 의식은 벼의 생육 상태나 첫 수확 시점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이런 축제들은 “몇 월 며칠”이 아니라 “그때가 되면” 시작된다.

이런 시간 감각에서는 인간이 시간을 지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이 주도권을 쥔다. 비가 오지 않으면 축제는 늦춰지고, 계절이 빨리 오면 의식도 앞당겨진다. 이 때문에 외부인의 눈에는 일정이 불확실해 보이지만, 공동체 내부에서는 오히려 명확하다. 자연의 변화는 숫자보다 더 분명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대 사회다. 항공권을 예약해야 하고, 휴가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관광객에게 이런 축제는 불편하다. 매년 날짜를 검색해야 하고, 현지에 가서도 “아직 시작 안 했다”는 말을 듣기 쉽다. 그러나 이 불편함 자체가, 이 축제들이 여전히 자연의 시간에 속해 있다는 증거다.

인간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이 충돌할 때

날짜가 매년 바뀌는 축제는 단순한 문화적 특이점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든 시간 체계와 자연의 시간 체계가 만나는 지점이다. 현대 사회는 시간을 고정시키고 표준화한다. 효율을 위해, 관리하기 위해, 예측 가능성을 위해서다. 하지만 축제는 본래 그런 시간 밖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이런 축제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시간을 얼마나 통제하고 있는가, 혹은 통제당하고 있는가. 매년 같은 날짜에 반복되는 삶이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자연의 리듬에서 멀어지게 만들지는 않는가.

날짜가 헷갈리는 축제는 기억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불편함 덕분에 우리는 매년 다시 묻게 된다. “이번에는 언제지?” 그 질문 속에는, 우리가 잊고 있던 다른 시간의 기준이 숨어 있다. 이 축제들은 말한다. 시간은 하나가 아니며, 모든 문화가 같은 속도로 흘러갈 필요는 없다고.

 

날짜가 바뀌는 축제는 틀린 것이 아니다.

매년 날짜가 달라지는 축제는 체계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체계 위에 서 있을 뿐이다. 인간이 만든 달력보다 오래된 기준, 하늘과 땅의 변화를 읽던 시간 감각이 아직 살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축제들은 헷갈리지만, 동시에 깊다.

우리가 매년 스마트폰으로 날짜를 검색하는 동안, 어떤 공동체는 여전히 달을 올려다보고, 계절의 공기를 느끼며 축제의 때를 정한다. 그 차이는 단순한 문화 차이가 아니라, 시간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다. 날짜가 바뀌는 축제는 결국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시간 위에서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