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참여가 허락되지 않는 축제

by 양파 까는 양파쿵야 2026. 1. 12.

어느 축제에는 초대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외부인을 배제하는 축제와 공동체의 논리, 오늘은 참여가 허락되지 않는 축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축제는 개방을 전제로 합니다. 많이 올수록 좋고, 널리 알려질수록 성공한 행사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전 세계에는 이 상식에 정면으로 반하는 축제들이 존재합니다. 그곳에서는 참여 조건이 명확합니다. 특정 가문, 특정 성별, 특정 연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아무리 관심이 있어도 참여할 수 없습니다. 이 배제는 우연이 아니라, 공동체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온 의도된 선택입니다. 이 축제들은 묻습니다. 모두에게 열려야만 축제일까?

참여가 허락되지 않는 축제
참여가 허락되지 않는 축제

축제의 목적이 ‘보여주기’가 아닐 때

인도네시아 발리의 일부 사원 의식 축제는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같은 발리 섬 안에서도 특정 마을 출신이 아니면 참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축제는 관광객을 고려해 만들어진 행사가 아니라, 신과 공동체 사이의 약속을 갱신하는 의식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축제는 즐거운 이벤트가 아니라, 공동체 유지의 핵심 장치다.

일본의 일부 가문 중심 마쓰리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나타난다. 제단을 운반하거나 핵심 의식을 담당하는 역할은 특정 혈연 집단에만 허용된다. 외부인은 구경할 수는 있지만, 그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이는 외부인을 배척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역할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식이다. 축제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세대를 잇는 구조일 때 배제는 기능이 된다.

이런 축제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보는가’가 아니라 ‘누가 책임지는가’다. 참여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에 가깝다. 그래서 아무에게나 열 수 없다.

성별과 연령이 규칙이 되는 순간

배제의 기준 중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성별과 연령이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성인식 축제는 특정 연령대의 남성이나 여성만 참여할 수 있다. 이 축제는 통과의례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아직 그 단계를 거치지 않은 사람이나 이미 지나간 사람은 배제된다. 여기서 축제는 축하가 아니라 신분의 전환을 공식화하는 장치다.

그리스의 일부 전통 의식에서는 여성만 참여하는 축제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테스모포리아(Thesmophoria)는 고대부터 이어져 온 여성 전용 제의다. 남성은 접근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이 배제는 여성 공동체 내부의 연대와 비밀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였다. 외부의 시선이 차단될 때, 내부의 질서가 유지되는 구조다.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이러한 배제는 차별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축제들이 만들어진 맥락에서는, 배제가 곧 보호와 유지의 방식이었다. 모든 사람을 포함시키는 것이 반드시 공정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관광 개방과 충돌하는 축제의 경계선

문제는 이 축제들이 관광의 대상이 되는 순간 발생한다. 외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참여할 수 없는가?” 축제는 종종 지역의 문화 자산으로 홍보되고, 그 과정에서 개방 압력이 커진다. 그러나 공동체 내부에서는 다른 질문이 제기된다. “이 축제가 변형된 상태로라도 유지되는 것이 맞는가?”

일부 축제는 타협을 선택했다. 핵심 의식은 비공개로 유지하고, 주변 행사만 외부에 개방한다. 반면 어떤 공동체는 아예 외부 홍보를 거부한다. 축제가 소비의 대상이 되는 순간, 그 의미가 훼손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충돌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다. 문화의 소유권에 대한 질문이다. 축제는 누구의 것인가. 지역 정부인가, 국가인가, 아니면 그 안에서 역할을 이어온 소수의 사람들인가. 외부인은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이 질문에 대한 공동체의 답이 된다.

 

배제는 차별이 아니라 구조일 수 있다.

외부인을 허용하지 않는 축제들은 불친절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배제는 무작위가 아니라, 축제의 목적과 기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두를 위한 축제가 아니라, 특정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축제이기 때문에 생겨난 경계다.

이 축제들은 현대 사회가 당연하게 여기는 개방성과 접근성에 질문을 던진다. 모든 문화가 공유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어떤 문화는 보호되어야 하는가. 답은 하나가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배제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개방만을 요구할 때, 축제는 본래의 기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외부인은 참여하지 못할지라도, 이 축제들은 여전히 의미를 가진다. 오히려 그 제한 덕분에, 공동체는 자신들이 무엇을 지키고 있는지 분명히 알게 된다. 축제는 때로 환영의 장이 아니라, 경계의 선언이 된다. 그리고 그 경계는 공동체가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가장 솔직한 방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