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축제에서는 시간이 뒤로 흐릅니다.
과거의 하루를 그대로 다시 사는 사람들. 오늘은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축제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대부분의 축제는 현재를 극대화합니다. 최신 음악, 화려한 조명, 빠른 리듬. 하지만 전 세계에는 그와 정반대의 방향을 택한 축제들이 있습니다. 이 축제들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대신 의도적으로 시간을 되돌립니다. 사람들은 현대의 옷을 벗고, 과거의 언어를 사용하며, 오래된 규칙을 다시 따릅니다. 이때 축제는 놀이가 아니라 하루 동안 과거로 들어가는 역사 체험이 됩니다. 관객은 사라지고, 현재는 잠시 보류됩니다.

현대를 지우는 것부터 시작되는 축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몬테리지오니 중세 축제(Festa Medievale di Monteriggioni)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현대적 편의다. 휴대폰은 주머니 속으로 숨고, 플라스틱 병과 현대식 간판은 보이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중세 복장을 입고, 상인과 병사, 장인으로 역할을 나눈다. 축제 기간 동안 이 도시는 21세기를 잠시 거부한다.
이 축제에서 중요한 것은 ‘재현의 정확성’이다. 옷감의 재질, 무기의 형태, 음식의 조리 방식까지 철저히 고증된다. 웃고 떠드는 분위기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벗어나지 않는다. 중세 상인은 카드 결제를 하지 않고, 병사는 현대어를 쓰지 않는다. 작은 규칙 하나하나가 시간을 고정시키는 장치로 작동한다.
독일의 로텐부르크 중세 재현 축제 역시 비슷하다. 이곳에서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역사 무대가 된다. 관광객이 아닌 사람들은 ‘관람’보다 ‘동화’를 선택한다. 단순히 옛날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하루를 산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언어와 규칙까지 거꾸로 돌아가는 이유
시간을 되돌리는 축제에서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언어와 규칙이다. 스페인의 일부 역사 재현 축제에서는 현대어 사용이 제한되거나, 고어 표현이 권장된다. 대화의 속도는 느려지고, 표현은 장황해진다.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이 불편함이 바로 체험의 핵심이다.
체코의 후시트 전쟁 재현 축제에서는 군사 규율과 계급 구조가 엄격히 적용된다. 참가자들은 현대적 평등 감각을 잠시 내려놓고, 당시의 위계 질서를 따른다. 이는 놀이로 보기엔 다소 불편하고, 때로는 긴장감을 만든다. 그러나 바로 그 점에서 이 축제는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선다. 사람들은 역사 속 선택과 제한을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 축제들이 규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분명하다. 규칙이 무너지면, 시간도 함께 무너지기 때문이다. 현대의 사고방식이 개입되는 순간, 과거는 배경 소품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이 축제들에서는 자유보다 몰입이 우선된다.
놀이가 아닌 체험으로 남는 하루
이런 축제를 경험한 사람들은 종종 “재미있었다”보다 “피곤했다”고 말한다.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고, 역할을 유지해야 하며,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피로감이 이 축제를 특별하게 만든다.
프랑스의 퓌 뒤 푸(Puy du Fou) 역사 재현 행사에서는 관객과 참여자의 경계가 흐려진다.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관람객도 당시의 복장을 착용하고 이동 동선을 따라야 한다. 이때 사람들은 깨닫는다. 과거의 삶은 낭만적이기보다 불편했고, 느렸으며, 선택지가 적었다는 사실을.
이 축제들은 과거를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과거를 살아보게 한다. 그래서 체험이 끝난 뒤 남는 감정은 즐거움보다는 이해에 가깝다. 책으로 읽던 역사가 감각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시간을 되돌린다는 선택의 의미,
시간을 거꾸로 재현하는 축제는 현재를 부정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장치다. 과거의 하루를 살아본 뒤에야, 우리는 지금의 속도와 자유가 얼마나 많은 선택 위에 놓여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이 축제들에는 빠른 음악도, 즉각적인 만족도 없다. 대신 느린 걸음, 반복되는 규칙, 제한된 역할이 있다. 그래서 이 축제들은 놀이보다 체험에 가깝고, 소비보다 참여에 가깝다.
축제가 끝나고 다시 현대의 옷을 입는 순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안도한다. 동시에 작은 깨달음도 남는다. 시간은 앞으로만 흐르지만, 이해는 때로 뒤로 가야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이 축제들이 매년 반복되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과거를 하루 동안 다시 사는 일은, 현재를 더 깊이 사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